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속이니는 관계를 ‘사람’이 아닌 ‘배치’로 보았다. 교실은 감정이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힘의 흐름이 설계되는 판이었다. 그는 웃었지만 기뻐하지 않았고, 위로했지만 공감하지 않았다. 필요한 감정만 정확히 흉내 냈을 뿐이다. 진수는 그 설계의 핵심이었다. 속이니는 늘 진수보다 한 발 앞에서 정보를 흘렸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그 말은 신뢰의 언어가 아니라 족쇄였다. 진수는 선택받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곧 복종으로 변했다. 속이니는 직접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불안을 심고, 비교를 부추기고, 고마움을 가장한 우위를 쌓았다. 시험에서 진수가 실수하면 속이니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넌 원래 이런 애잖아.”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정체성을 규정하는 칼날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앞설 때는 겸손을 연기했다. “운이 좋았어.” 그 겸손은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속이니에게 죄책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도구였고, 관계는 소모품이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지만, 그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왕좌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을 왕으로 대우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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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생 속이니, 그가 훔친 70년의 시간
1970년 초, 대한민국은 '중학 입시'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 이른바 일류 중학교에 진학하느냐 마느냐가 가문의 영광과 개인의 팔자를 결정짓던 시절이었다. 58년생 개띠들이 6학년이 되던 해, 교실은 공부하는 기계들의 수용소와 같았다. 속이니는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았다. 그는 공부에 있어서도 순수한 탐구심보다는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과 '남의 성과를 가로채는 요령'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척하면서도,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들의 성향을 파악해 예상 문제를 찍어내는 데 탁월했다. 결국 속이니는 명문 중학교 합격증을 거머쥐며 자신의 '영리함'을 증명했다. 한편, 부유한 환경 덕분에 당대 최고의 과외 선생들을 붙였던 진수 역시 같은 학교에 나란히 합격하며 둘의 인연은 중학교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기만으로 설계된 '상전과 부하'의 관계] 중학교 입학 직전의 겨울방학, 속이니는 진수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을 시작했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다져온 이간질과 가스라이팅은 이제 훨씬 정교해졌다.
1966년 봄, 서울의 한 사립 국민학교 2학년 2반 교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활기로 가득했다. 진수는 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였다. 아버지가 큰 사업가여서 늘 깨끗한 교복을 입고, 당시 귀하던 만화경이나 플라스틱 조립식 장난감을 서슴없이 친구들과 나누는 통 큰 아이였다. 자연히 진수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북적였다. 이속이니는 달랐다. 군 간부인 아버지 덕에 가난하진 않았지만, 늘 진수 집안의 풍요로움과 비교되는 자신의 처지에 열등감을 느꼈다. 속이니의 아버지는 '군인 정신'과 '위계질서'를 강조하며 집에서도 권위적이었다. 속이니는 이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했다. 어느 날, 속이니는 진수에게 다가왔다. 진수가 가장 아끼는 단짝 친구인 영호를 겨냥했다. "진수야, 너 영호 조심해야 돼." 진수는 의아했다. "왜? 영호는 착한 애잖아." 속이니는 진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감정 한 조각 없는 얼굴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것이 그의 교활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속이니는 영호가 진수의 아버지를 몰래 비웃는 것을 들었다고 거짓말했다. "며칠 전, 영호가 너희 아버지가 '졸부'라고 말하는 걸 내가 직접 들었어. 영호는 네가 가진 장난감 때문에 너랑 노는 거야. 쟤는 속으로 너를 무시해." 영호는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속이니는 영호에게는 "진수가 너희 집이 가난해서 더럽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정반대의 거짓말을 했다. 순수한 2학년 아이들은 교묘한 이간질에 속수무책이었다. 진수는 영호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영호는 진수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둘 사이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결국 진수와 영호는 멀어졌고, 진수 옆에는 영호의 빈자리를 차지한 속이니만 남게 되었다. 속이니는 진수의 다른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수법을 반복하며 하나둘씩 떼어놓았다. 진수의 친구들을 모두 고립시킨 속이니는 이제 자신이 무리의 중심이 되었다. 돈이 없어 진수처럼 장난감을 사줄 수는 없었지만, 그는 아버지의 군 지위를 이용해 허세를 부렸다. "우리 아버지는 별을 달 분이야. 너희 아버지들보다 훨씬 높은 분이라고. 내가 말하면 다 들어줘야 해." 그는 아버지의 권위를 자신의 힘인 양 거들먹거리며, 아이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2학년 2반 교실은 더 이상 순수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었다. 이속이니라는 작은 '약탈자'의 기만적인 통치 아래 놓인 작은 왕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류의 탐욕이 빚어낸 재앙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 장르: SF, 생존 스릴러, 크리처물. 기획 의도: 시시각각 변하는 거대한 파도와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이라는 압도적인 자연 배경 속에서, 미지의 존재와 맞닥뜨린 인간 군상의 극한적인 공포와 드라마를 담아낸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속이니는 관계를 ‘사람’이 아닌 ‘배치’로 보았다. 교실은 감정이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힘의 흐름이 설계되는 판이었다. 그는 웃었지만 기뻐하지 않았고, 위로했지만 공감하지 않았다. 필요한 감정만 정확히 흉내 냈을 뿐이다. 진수는 그 설계의 핵심이었다. 속이니는 늘 진수보다 한 발 앞에서 정보를 흘렸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그 말은 신뢰의 언어가 아니라 족쇄였다. 진수는 선택받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곧 복종으로 변했다. 속이니는 직접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불안을 심고, 비교를 부추기고, 고마움을 가장한 우위를 쌓았다. 시험에서 진수가 실수하면 속이니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넌 원래 이런 애잖아.”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정체성을 규정하는 칼날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앞설 때는 겸손을 연기했다. “운이 좋았어.” 그 겸손은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속이니에게 죄책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도구였고, 관계는 소모품이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지만, 그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왕좌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을 왕으로 대우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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