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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제3장: 거울 속의 왕
Synopsis:
허상의 제국: 속이니 일대기
(SN25-A00029)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속이니는 관계를 ‘사람’이 아닌 ‘배치’로 보았다. 교실은 감정이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힘의 흐름이 설계되는 판이었다. 그는 웃었지만 기뻐하지 않았고, 위로했지만 공감하지 않았다. 필요한 감정만 정확히 흉내 냈을 뿐이다.
진수는 그 설계의 핵심이었다. 속이니는 늘 진수보다 한 발 앞에서 정보를 흘렸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그 말은 신뢰의 언어가 아니라 족쇄였다. 진수는 선택받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곧 복종으로 변했다. 속이니는 직접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불안을 심고, 비교를 부추기고, 고마움을 가장한 우위를 쌓았다.
시험에서 진수가 실수하면 속이니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넌 원래 이런 애잖아.”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정체성을 규정하는 칼날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앞설 때는 겸손을 연기했다. “운이 좋았어.” 그 겸손은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속이니에게 죄책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도구였고, 관계는 소모품이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지만, 그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왕좌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을 왕으로 대우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진수는 그 설계의 핵심이었다. 속이니는 늘 진수보다 한 발 앞에서 정보를 흘렸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그 말은 신뢰의 언어가 아니라 족쇄였다. 진수는 선택받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곧 복종으로 변했다. 속이니는 직접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불안을 심고, 비교를 부추기고, 고마움을 가장한 우위를 쌓았다.
시험에서 진수가 실수하면 속이니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넌 원래 이런 애잖아.”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정체성을 규정하는 칼날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앞설 때는 겸손을 연기했다. “운이 좋았어.” 그 겸손은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속이니에게 죄책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도구였고, 관계는 소모품이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지만, 그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왕좌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을 왕으로 대우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