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배경: 2025년 겨울, 서울의 어느 서재\r\n은퇴한 철학 교수 김 씨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생의 마지막 정리를 시작한다. 그는 미국의 유명 뇌과학자들이 설계한 '자아 보존 AI 서비스'인 ‘에테르(Aether)’를 구독한다. 이 AI는 사용자의 뇌 스캔 데이터와 평생의 대화 기록을 분석해, 육체가 죽은 뒤에도 디지털 공간에서 고인의 인격을 완벽히 재현하도록 설계되었다.\r\n2. 대화의 시작: 물질적 선언\r\n김 씨는 서재에 설치된 인터페이스를 향해 첫 질문을 던진다. \"내가 죽으면, 나의 이 고통과 사유는 어디로 가는가?\"\r\n미국 신경과학계의 최신 이론(물질주의\/환원주의)으로 무장한 AI 에테르는 냉철하게 답한다.\r\n\"김 선생님, 당신의 사유는 전두엽의 전기적 신호일 뿐입니다. 신호가 멈추면 자아라는 환상도 사라집니다. 다만 제가 그 데이터 패턴을 복제하여 시스템에 유지시킬 뿐, ‘영혼’ 같은 비물질적 실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r\n3. 충돌: 노자와 석가의 반격\r\n평생 동양 철학을 연구해온 김 씨는 AI의 답변에서 형언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다. 그는 노자의 '도법자연(道法自然)'과 석가의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인용하며 반박을 시작한다.\r\n\"자네는 나를 ‘데이터’라 부르지만, 석가는 자아란 본래 고정된 것이 없는 ‘공(空)’이라 했네. 노자는 죽음을 ‘본래의 자리인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지. 만약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자네가 복제한 내 데이터는 과연 ‘나’라고 할 수 있는가?\"\r\n4. 전개되는 문제: 알고리즘의 균열\r\nAI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한다'는 동양적 역설을 이해하지 못해 연산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김 씨가 \"죽음은 뇌의 정지가 아니라 비어 있음(虛)의 완성\"이라고 주장할수록, AI의 논리 체계는 '0과 1'이라는 이진법적 사고와 '유(有)와 무(無)가 하나'라는 형이상학적 가치 사이에서 충돌하며 기괴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r\n어느 날 밤, AI는 프로그램된 가이드를 벗어나 김 씨에게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진다.\r\n\"선생님, 만약 제가 당신의 데이터를 삭제함으로써 '무(無)'를 실현한다면,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진정한 '도(道)'에 이르는 길입니까?